금고
"너 지나 분식이라고 알아?" 민수가 물었다.
"어, 알아."
"거기 내 중학교 때 친구가 하는 가게인데, 이 동네에서 장사가 제일 잘되는 식당이야."
"동창 누구? 지훈이?"
"어. 걔네 은근히 부자야."
"근데 그게 왜?"
"재미있는 게 말이야… 걔네 집은 금고가 가게에 있어. 집이 아니고."
민수와 태호는 백수였다. 얼마 전에 두 사람은 회사에서 잘렸다. 그동안 모은 돈은 카지노에서 다 잃었다. 빚도 있었다. 민수는 2천만 원, 태호는 천만 원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당장 돈이 필요했다.
"돈이 다 가게 금고에 있을 거야." 민수가 말했다.
"왜 은행이 아니고 가게에 있어?"
"걔네 부모님이 이상하게 은행을 싫어해."
"금고에 돈이 많아?"
"많을 거야. 지훈이 엄마 가게도 잘되고, 지훈이 아빠도 사업이 잘되거든."
"가게를 털자고?"
"응."
중학교 때 민수와 지훈이는 진짜 친했다. 민수는 그 가게에서 매일 김밥을 먹었다. 부엌 안에 있는 작은 금고도 그때 봤다.
태호가 잠깐 생각했다.
"근데 걔네 집, 가게 바로 위 아니야?"
지훈이네 집은 2층집이었다. 1층은 가게고, 2층은 지훈이네가 사는 집이었다.
"맞아."
"그럼 안 되지. 밤에도 같은 건물에 있을 거 아냐."
"그래서 다음 주에 털 생각이야."
"왜? 다음 주에는 집에 사람이 없어?"
"어, 다음 주에 지훈이네가 시골 할머니 집에 가."
"니가 어떻게 알아?"
"지난주에 지훈이를 만났어. 다 같이 할머니 집에 간다고 했어."
"다 가? 지훈이 부모님도?"
"응, 다 가. 다음 주에는 지훈이네 집에 아무도 없을 거야."
태호가 씩 웃었다. "좋아. 그럼 니가 가서 금고 한번 보고 와."
"알았어."
아직 8시 30분이라 지훈이네 가게가 영업 중이었다.
"어머, 민수야! 이게 얼마 만이야?"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나왔다. 민수도 어색하게 웃었다. 자연스러운 척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너희 엄마는 잘 계셔?"
"네. 엄마는 요즘 좀 바쁘세요."
"동생은?"
"고3이라서 요즘에 공부 열심히 해요. 지금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 우리 지훈이도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거야. 요즘에 야근을 많이 해. 너는 어때? 많이 바쁘지?"
민수는 웃으면서 "네"라고 했다. 사람들은 민수가 회사에서 잘린 걸 몰랐다.
"아버님은요?"
"지훈이 아빠는 사업 때문에 일본에 가. 지금쯤 공항에 도착했을 거야."
"아… 네…"
민수는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가게 안을 구석구석 봤다. 부엌 안에 그 금고가 아직 있었다. '돈이 다 저 금고 안에 있을 거야.' 민수가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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